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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생 활동수기] 서유지 (로체7기 / 여, 청심국제고-서울대) 0
 글쓴이 : 로체원정대 2015-08-13 11:42
조회 :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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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동안 맏이로서 14명의 대원들과 함께 여러 국내훈련과 마지막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왔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달픈 훈련들이었습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차라리 학교에서 공부나 할 걸,
​여기서 부상당하면 편하게 내려갈 수 있을까 등의 별의별 상상을 하기도 하며 히말라야 산맥을 걸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훈련 끝에 해발 5,400m의 Tar-la봉에 올랐습니다.
​목표는 정상을 넘어 산 반대편에 있는 캠프장에 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고대하던 히말라야 등반이었기에 성한 대원들만 계속 나아갔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대원들이 지쳤을 때도 계속 올랐습니다.
 
한 걸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
​고산병 때문에 현기증이 나고 토할 것만 같았지만,
​곧 정상이라는 생각이었는지, 꿋꿋이 한 걸음 한 걸음 올랐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꼭대기를 남겨두고 대장님이 호루라기를 부셨습니다.
​탈수증과 매서운 바람, 그리고 얼마나 더 위험할지 모르는 산 반대편 길 때문에 내려간다고 하셨습니다.
​대원들은 모두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저 또한 고지를 이렇게 가까이 두고 포기하는 게 너무 아쉽고 의아했습니다.
​몇 걸음만 더 가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물과 캠프장이 있다고 굳건히 믿고 계속 걸어왔었습니다.
​그러자 대장님께서 “정상이 뭐 대수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산 반대편 길이 얼마나 더 위험한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는 지고 바람을 불며 탈수증세가 나타나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내려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아쉬웠습니다.
​몇 분만 더 가면 그 꼭대기를 만질 수 있었을 텐데...
​현기증과 구토 증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따라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대장님이 하신 말씀을 곰곰이 되새겨보았습니다.
​정상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저희가 올라오는 힘든 길 서로 배려했던 그 과정과 모습이 훨씬 값진 경험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로지 정상을 위해 나아갔었다면 모두가 먼저 도달하기 위해 경쟁을 하며,
​힘든 사람들은 챙기지 않고 각자 갈 길을 갔을 것입니다.
​제게는 탈수증세가 심해지고,
​해가 져가는 상황에서 서로서로 부축하고 격려하며 함께 내려온 그 길이야말로 가장 뜻 깊은 원정이었습니다.
 
그날 밤, 텐트 장비와 짐, 음식 도구 모두 없이 민박에 신세를 졌습니다.
한참동안 옥상에 누워 높고 맑은 밤하늘을 보다가
방에 들어가 매트리스에 엎드려 펜을 들고 “내게 원정이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무사히 입국하는 순간, 바뀐 저를 발견했습니다.
​거울에 비치는 저는 어느새 헬퍼들 같은 구리빛 피부를 갖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 짐을 들기 전에 공동 짐부터 세고 있는 제가 달랐습니다.
​로체 청소년 원정대를 통해 ‘배려’와 ‘공동체 생활’이라는 소중한 교훈 2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비록 정상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의미 있는 원정이었습니다.



                                                                                                  - 서유지 (로체7기 / 여, 청심국제고-서울대) -